배경
IE, Internet Explorer는 많은 경우, 웹 환경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Product 조직에게 매우 골치아픈 브라우저다. 어째서 IE가 골치아픈 브라우저인지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레퍼런스가 있으니 간단히 넘어가도록 해보자.
"바퀴를 두번 만들 필요는 없다." 라는 말이 있다.
Product 조직에 위 이야기를 적용하자면, 같은 기능을 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각 부서에서 만드는 것은 낭비란 말이다. 즉, 회원가입이나 계정 관리와 같은 기능은 매우 당연하게도, 전사에서 한 부서가 만드는 것이 좋다고 느껴지기 마련이다.
다른 한편으로, 계정과 같이 전사가 사용하는 기능의 경우, 각 지역의 환경도 고려해야 하지만 동시에 통일된 기술 스택을 가져가야 효율적이다. 특히, 우리 회사처럼 20개국이 넘는 곳에 오피스가 있고, 이중 개발 조직을 가진 오피스도 (내가 아는 한) 4개 지역이 되는 곳에서는 가능한 통일된 개발 환경을 가져가는 것이 협업을 위해 중요하다.
-라는 것이, 사실 교과서적인 접근이고, 전사 차원에서 정해진 웹 환경을 기준으로 개발하는 것이, 지역 오피스에 있는 PM인 나에게 있어서는 변경 불가능한 변수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론과는 다르게 여러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각 지역에 맞춘 Customize가 필요하다. 특히, 개인정보와 관련된 기능인 '계정'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각 국가에서 요구하는 가이드라인, 즉 Compliance 측면의 요구사항이 다르다.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는 145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크게 아래의 지역들은 동일한 배경을 가진 요구사항 (미성년자의 보호, 개인정보의 보호) 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엄청나게 다르다. 사실 나머지 지역들도, 내가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지 못할 뿐, 다른 부분이 많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 북미
- 유럽
- 한국
- 동남아시아
- 러시아
- 일본
이처럼 '요구사항'이 다른 것 외에도, 지역에 따라 다른 것들이 몇가지 더 있는데, 대표적으로 사람들의 습관이 다르고, 이용 환경이 다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매우 높은 IE 선호도와 함께 PC방 환경이라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IE를 지원해야 했던 이유
앞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Global 공통으로 사용하는 기능에 관해서, 각 지역별로 Customize가 들어간 기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다행히도 한국 오피스는 이를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개발 조직을 갖추고 있고, 이러한 부분을 직접 개발, 관리해 왔다.
2020년 이전까지는 우리 오피스도 당연히 한국 지역의 특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 즉, 모든 기능을 릴리즈 할때 IE 호환성을 염두에 두었다. 또한 한국에서 직접 개발하지 않는 사이트에 대해서도, Central (본사) 측의 개발팀에 IE를 사용하는 한국의 특징에 대해 매우 열심히 커뮤니케이션했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링크의 페이지로, 한국 팀에서 직접 개발하지 않았지만 한국 오피스의 요청으로 IE 호환성을 지킨 케이스이다.
특히, 우리가 IE 호환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 중 또 다른 한가지는 바로 PC방 환경이다.
요즘 아무리 크롬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갔다 하더라도, 우리 회사의 게임은 필연적으로 PC방에서의 접속이 많다. PC방에서는 다들, 윈도우에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는 브라우저를 사용한다. 자기 PC가 아닌 만큼, 별도로 브라우저를 설치하여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문제는 우리나라 PC방 환경은 99.9%가 윈도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윈도우의 기본 브라우저는 바로 Edge (그 중에서도, IE 기반의 구형 Edge) 또는 IE 11이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회사에서는 매우 오랫동안 IE 호환성을 신경 써왔다. 올해 우리 개발팀이 과감한 실험을 도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리는 사내에서, 이 의사결정을 "님폰없"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It turns out, you guys actually have phones.
회원가입은 여전히 우리 서비스, 즉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물론 LoL은 오래된 게임이고, 많은 경우 이미 계정을 가지고 있지만 2020년은 새로운 신작이 많이 출시되는 기점인 만큼, 신규 회원가입의 양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즉, '회원가입'은 우리 회사의 신규 고객의 첫 동선인 것이다.
그 첫 동선의 많은 비중은 여전히 PC방이다. 협동을 중요시 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회사의 특성 상, '친구'와 PC방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고, 이 PC방이라는 환경은 도무지 예측을 할 수 없는, 하지만 동시에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앞선 포스팅에서 몇번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우리팀은 개발자 2.5명과, 전사의 서비스 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이너 1명, 그리고 PM인 내가 함께 일하는 작은 조직이다. 늘 리소스는 부족하고, 할일은 많다. (그리고 회원 관련 기능은 외주를 맡기기도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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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20년, 마침 PC에 최적화 되어 있던 회원 관련 기능들의 모바일 대응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나는 카카오 페이나 각종 결제 서비스 덕분에 익숙한 QR을 회원에 적용해보자고 제안을 한다.
우리가 타겟으로 하고 있는 사용자의 시나리오는 대략 이러하다.
-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 사용자가 게임 클라이언트에서 '비밀번호 찾기'를 누른다.
- 계정 복구 페이지는 웹으로 구현되어 있어, 윈도우의 기본 브라우저인 IE가 열린다. (윈10의 경우, 크롬 기반이 아닌 Edge가 열린다.)
- 호환이 되지 않는 브라우저라는 안내와 함께, 최신 브라우저를 설치하여 계속하거나, 사용자의 휴대폰에서 지금 Action을 계속할 수 있다는 안내를 제공한다.
- 이를 부드럽게 이어주기 위해, 사용자가 본래 접속하려고 했던 서비스 (이 경우 '비밀번호 찾기')의 URL을 QR코드와 함께 보여준다.
기대효과
우선 무엇보다, 리소스를 대폭 아낄 수 있다. 특히, 위의 기능을 모듈로 만들어 개발팀 전체가 공용으로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계정 관련 기능을 담당하는 우리파트 뿐만 아니라 전체 개발팀의 리소스를 아끼게 되었다. (그리고 위 기능은, 회원 관련이 아닌 다른 파트의 개발자분이 만들어 주셨다.)
개발을 효율적으로 만든 것 외에, 이 의사결정이 '사용자 친화적인가?' 라는 Challenge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 부분은 실제로 통계의 변화를 살펴보긴 해야 하겠지만, 나는 "시점의 문제일 뿐, 결국 사용자는 PC 밖에서 Action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회원가입,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휴면계정 활성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는 바로, (많은 경우) 휴대폰, 이메일 등으로 인증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 휴대폰 인증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약 9:1 정도) 즉, 어차피 사용자는 휴대폰으로 눈과 손이 가야 한다. 또한 PC방과 같은 환경에서, 자신의 개인정보를 공용 PC에 입력하는 경험보다는 더 안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PC에서 하던 절차를 자신의 휴대폰에서 이어서 한다는 행태가 요즘같은 시대에 크게 불편할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 사용자가 반드시 휴대폰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크롬을 설치하여 계속할 수 있는 Option도 여전히 제공한다. 강제하지 않고,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마무리
'요즘같은 시대에 누가 IE를 지원하나요?' 라는 생각을 갖는 회사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특히 Global 서비스 일수록, 국내 환경과 같이 작은 갈라파고스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게 한국은 매우 중요한 곳이고, 우리 개발팀 또한 한국의 사용자 경험을 매우 중시하는 만큼, 적은 리소스로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접근을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참고로, 이 기능을 탑재한 계정 관련 페이지는 아직 정식 릴리즈는 되지 않았다.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올해의 대규모 개편'에 해당하는 이 사이트가 릴리즈 되는 대로, 기획의도 및 회고와 함께 글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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